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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협재해수욕장 올레길 러닝, 자연과 함께한 힐링의 시간

by 건강 노트 이야기 2025. 5. 5.

눈을 뜨자마자 달리고 싶은 길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 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가 창밖에서 속삭이듯 들려왔습니다. 이국적인 풍경에 마음이 설레 잠이 잘 오지 않았고, 아침이 되자마자 운동화를 신고 숙소 밖으로 나섰습니다. 제가 선택한 러닝 코스는 협재해수욕장에서 시작해 금능해수욕장을 지나, 다시 협재로 돌아오는 약 5km 정도의 코스였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죠.

새벽 햇살이 수면 위로 비치기 시작하면, 협재의 바다는 말 그대로 그림이 됩니다. 저는 보통 아스팔트 도로에서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이렇게 부드러운 모래사장 위를 달리는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한 몸이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첫 발을 떼자마자 느껴지는 상쾌함, 신선한 공기의 향, 그리고 피부에 닿는 습기 어린 바람까지. 그날의 시작은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협재해수욕장은 사람들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이른 아침의 해변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습니다. 간간히 산책하는 이들과 조용히 어깨를 맞대고 달리는 기분이 들었죠. 새벽에는 특히 지역 어르신들이 산책을 즐기시는데, “좋은 아침이에요”라는 한 마디가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요. 그 순간, 러닝은 운동이 아니라 여행이었고, 힐링이었습니다.

금능까지 이어지는 푸른 길 위에서

협재에서 금능해수욕장까지는 도보로 약 15~20분 거리지만, 러닝으로 달리면 조금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어요. 이 코스는 ‘올레 14길’ 일부 구간이기도 한데, 길이 전체적으로 평탄하고, 무엇보다 해변을 따라 이어져 있어 초보 러너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답니다. 모래사장 옆으로는 작은 오솔길과 나무 데크길이 있어, 단순히 바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숲과 바위, 해안가 마을 풍경까지 함께 만날 수 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달리다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 한 마리였어요. 현무암 바위 위에 느긋하게 앉아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인사를 나눈 듯한 그 순간, 제주의 생명력이 얼마나 깊고 느긋한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길을 따라 걷거나 달리다 보면 곳곳에 작은 의자나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 이 코스의 큰 장점이에요. 금능해수욕장에 도착하면, 조금 넓어진 백사장과 고운 모래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특히 금능에서는 비양도가 더욱 또렷하게 보여 사진 찍기에도 정말 좋은 장소랍니다.

제주의 바람, 자연, 그리고 사람

이 러닝 코스를 추천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예쁜 풍경’ 때문만은 아니에요. 협재-금능 올레길에서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멈추고, 그냥 바다 소리와 숨소리만이 귀에 남아요. 그런 순간에는 마음의 무게가 하나씩 벗겨지는 기분이 듭니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미역 냄새, 소금기 어린 공기, 멀리서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까지 모든 것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줘요. 저는 특히 마을 주민들과 짧게 나누는 인사에서 큰 위로를 받았어요. 러닝 도중 마주친 한 어르신이 “오늘 날씨 좋지? 힘내서 뛰어요!”라고 하셨을 때, 평범한 말이 어쩌다 이렇게 따뜻하게 들렸을까요?

또 하나의 특별한 기억은 러닝을 마친 후 작은 카페에 들른 순간이에요. 해변을 바라보며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 아무런 고민이 없었어요. 그리고 그 여유로움이 제주만의 감성이 아닐까 생각했죠.

다시 협재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마무리

돌아오는 길은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었어요. 해가 점점 높아지면서 해변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죠.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 피크닉 준비 중인 가족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연인들까지. 저는 땀에 흠뻑 젖은 러닝복 차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협재해수욕장으로 돌아왔을 때, 제 발걸음은 약간 느려졌고, 숨은 찼지만, 마음만큼은 가벼웠습니다. 이 코스를 달린다는 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특별하게 여는 방법이었습니다. 마치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처럼요.

제가 경험한 협재-금능 러닝 코스는 속도나 거리보다는, 얼마나 깊이 이 순간을 느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코스였습니다. 여러분도 제주를 여행하시게 된다면, 하루쯤은 이 길을 따라 천천히 혹은 빠르게 걸어보시길 바랍니다. 꼭 러너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편한 신발만 있으면, 누구나 자연과 함께 걷고 달릴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날의 러닝 이후, 저는 한동안 머릿속이 맑아졌고, 돌아온 후에도 그 감정이 오래도록 남았어요. 육체적으로는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안했고, 삶의 리듬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죠.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찾고 싶은 분들께, 저는 이 러닝 코스를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협재해수욕장 올레길은 왕복 몇 km인가요?
A1. 대략 4.5~5km 정도로 왕복 1시간 이내에 마칠 수 있는 코스입니다.

Q2. 러닝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나요?
A2. 물론입니다. 대부분 평탄한 길이고, 중간중간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요.

Q3. 러닝 중 화장실이나 급수대는 있나요?
A3. 협재해수욕장과 금능해수욕장 양 끝단에 공중화장실과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Q4. 추천하는 러닝 시간대가 있나요?
A4. 일출 직후 이른 아침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해변이 한산하고, 기온도 쾌적해요.

Q5. 러닝 후 들를 만한 맛집이 있나요?
A5. 협재에는 유명한 흑돼지구이 집과 브런치 카페들이 많아요. ‘조은식당’이나 ‘카페 델문도’가 특히 추천됩니다.